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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아몬드

저자: 손원평

사유의 깊이 ★★★★☆

공감과 소통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주저앉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은, 남의 고통에 무감각한 자들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점점 무뎌져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SNS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무감각은 더욱 짙어집니다. 화면 너머로 수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지만, 진정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오늘날 SNS가 가진 씁쓸한 이면입니다. 저자는 어쩌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아픔을 통해, 표면적인 소통에만 치중한 채 서로의 진심을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차가운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과 구원

"사랑이란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내게는 아몬드가 있다. 그것은 내 몸속에 단단히 박힌 두 개의 단단한 씨앗이다.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움직인 것은, 그 작은 씨앗을 끊임없이 보듬어 준 사람들의 온기였다."

"누구든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누군가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작품 속에서 윤재는 곤이와 도라라는 두 친구를 만나며 감정이라는 낯선 세계에 조금씩 눈을 뜨고, 공감을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위기에 처한 곤이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찾아가는 장면은 큰 울림을 줍니다. 모진 매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친구를 지키고 가정을 찾아주려 했던 윤재의 모습은, 감정이 없던 소년이 마침내 '행동하는 사랑'을 깨달았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부모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기라는 꿈을 향해 육상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감행하는 도라의 열정은 윤재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가는 소년들의 모습은, 진정한 구원이란 결국 서로를 보듬고 이끌어주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성장과 변화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은 틀렸다. 멀리서 봐도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더 큰 비극인 것들이 세상에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것들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결코 비극적이지 않다."

"내 가슴속의 아몬드는 여전히 작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세상이 내게 준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윤재는 홀로 책방을 이끌어가려 애쓰지만, 결국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이라는 씁쓸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 외롭고 힘겨운 시간 곁에는 언제나 윤재를 지켜보고 붙잡아 준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윤재를 돕던 어른들 역시 저마다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였다는 사실입니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으나 깊은 갈등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윤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윤 교수 역시 윤재와 함께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막을 내립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성장은 한다"라는 말처럼, 이 작품은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 연대하며 조금씩 자라나는 위대한 성장기입니다.